외제차, ‘작업’인 줄

배달까지 해서 빚 갚았는데 원금도 안 깎이고 폭행감시도(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처음에는 돈 많이 벌게 해 주면 현혹시키는 거예요. 한두 달이면 외제차도 채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중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안민영(20) 씨는 자신이 현재 ‘도망자’ 상태라고 말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자동차보험 사기에 가담한 민영 씨는 경찰의 수배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민영 씨는 자신을 뒤쫓는 이들을 경찰이 아니라 자신에게 보험사기를 친 일당이라고 주장했다.

민씨가 도망자가 된 사건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는 지인에게 돈 잘 버는 형들을 소개받은 것이 시초였다.

외제차를 타고 온 형들은 밥이나 먹자며 민영 씨를 데려가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도 이런 외제차 끌고 싶지 않니? 한두 달만 일하면 네 돈 안 주고 채용할 수 있다고 민영화씨는 그 말을 믿었다.

결국 형들과 함께 일하기로 하자 민영 씨 앞에 고급차 한 대가 나왔다.

민영씨는 얼마 후에야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작업 음치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형들은 이제 네 차라며 취득세와 보험료도 몇 달간 건넸다.

이때부터 민영 씨는 형들이 말하는 일을 해야 했다.

민영 씨에게 부탁한 것은 받는 차를 타고 가다가 고의로 사고를 쳐 보험금을 타내는 일이었다.

몇 차례 사고를 쳐 보험금을 받고 차비를 돌려줄 수 있으며 본인 명의로 차를 가질 수도 있다고 했다.

민영 씨는 차를 받게 돼 봤자 차비는 얼마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에 가담하기도 했다.

몇 번 사고치면 돈을 받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인을 모아 몇 차례 고의의 사고를 쳐도 민영 씨에게 떨어질 돈은 없었다.

민영 씨에게 일을 시킨 일당은 보험금과 합의금을 모두 현금으로 빼내 오도록 했다.

차량 비용을 갚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차를 출고하면서 이들은 민영 씨에게 공증을 쓰게 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차 값보다 더 많은 비용을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반복되는 사고로 차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그룹은 민영 씨 명의로 다른 차를 빼 다시 보험사기를 시켰다.

민영씨는 또 이들 일당이 자신의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했으며 이를 이용해 소액결제를 하거나 대포폰으로 판매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일당은 민영 씨가 더 이상 보험사기를 칠 수 없다고 하자 차량을 담보로 다시 대출해 이 돈을 가져갔다.

민영 씨는 차량 비용에 대출금과 휴대전화 비용 등으로 1억원 이상을 빚지게 됐다.

일당을 만나 빚이 1억원이 넘기까지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민영 양의 친구 김정환(20) 씨도 이 그룹과 어울려 놀며 범죄에 가담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할 생각이 없었다며 일당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하고 보험사기를 쳐 통장에 든 보험금을 타내게 돼 이들과 얽히게 됐다고 말했다.

정환 씨는 이들 그룹이 개인정보를 물은 것이 이런 용도로 쓰일 줄은 몰랐다.

이후 그룹은 정환 씨에게도 차를 끓여 같은 보험사기를 치게 했다.

역시 몇 차례 보험금을 타야 돈도 갚을 수 있고 차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고를 쳐도 빚은 계속 늘고 이자만 물었다.

민영씨와 정환씨는 일당이 돈을 제때 가져오지 않으면 자신들을 매도하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당은 또 민영씨와 정환씨에게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며 배달대행 일을 시켰다.

대출금을 빨리 갚아야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두 사람은 쉬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했다.

두 사람이 합쳐 일주일에 400만원 가까운 돈을 번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일당은 민영 씨와 정환 씨가 배달대행을 하면서 버는 돈을 자신들 앞 계좌로 이체하게 했다.

그는 민영 씨와 정환 씨가 원금을 얼마나 갚았는지 묻자 우리가 번 돈은 이자를 갚는데도 부족하다고 오히려 비난했다.

또 이들은 민영씨와 정환씨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겠다며 자취방을 구하고 수시로 찾아와 감시했다.

일당에 묶여 있어야 했던 민영 씨와 정환 씨는 결국 보험사기 지명수배 대상이 됐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숙소를 탈출해 경찰에 자수했다.

자신들이 보험사기의 공범으로 처벌되더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민영 씨와 정환 씨에게 보험사기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보험사기를 지시했다는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그런 식으로 돈을 버는 사례가 있다고만 알려왔을 뿐 직접적으로는 그런 식으로 돈을 벌어오도록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편 민영씨와 정환씨의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이들에게 보험사기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에 대해서도 내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처음엔 돈 많이 벌게 해 주면 당황해요. 한두 달만 지나면 외제차도 채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중순 경기 고양시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안민영(20가명) 씨는 naver.com의 형들이 준 외제차, 작업인 줄 몰랐다.

1억원 빚에 보험사기 공범으로 전락